세심증

세심증

원래 하던 이야기에서 너무 멀리 왔으니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첫영성체 다음 해는 제 영혼에 별다른 시련 없이 지나갔는데, 두 번째 영성체57를 준비하는 피정 동안에 무서운 세심증細心症이 엄습했습니다. 이 수난은 직접 겪지 않고는 잘 이해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제가 1년 반 동안 받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을 생각과 행동이 제게는 모두 근심거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마리 언니에게 모두 말하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와 관련된 맞지 않는 제 생각까지도 모두 말해야 한다고 믿었으니까요. 짐을 내려놓으면 한순간의 평화를 맛보았지만, 이 평화는 번갯불처럼 빨리 지나갔고 제 고통은 곧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마리 언니는 싫증 내는 기색 한 번 없이 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내를 했겠습니까! 제가 기숙 학교에서 돌아오면 마리 언니는 다음 날을 위해 제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주었습니다(작은 여왕은 아빠를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 날마다 머리를 동그랗게 말았는데 그토록 부모님에게 사랑받는 아이를 본 적이 없는 수녀님들과 친구들은 저를 보고 대단히 놀라고는 했습니다). 언니가 머리를 하는 동안에 저는 세심증으로 일어나는 제 생각을 이야기하며 줄곧 울었습니다.

57. 1885년 5월 17~2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