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와 강아지의 우화

당나귀와 강아지의 우화

어느 날 저녁 매우 놀라운 경험을 하나 했습니다. 사촌인 마리 게랭 언니는 거의 항상 아팠는데 가끔 칭얼대며 울기도 했습니다. 외숙모는 그럴 때 온갖 달콤한 말로 달랬지만, 사촌 언니는 머리가 아프다고 한결같이 칭얼대며 울었습니다. 저도 매일같이 머리가 아팠지만 칭얼거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는 마리 게랭 언니의 흉내를 내려고 방구석의 안락의자에 앉아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잔 언니와 아주머니가 와서 왜 그러는지 물었습니다. 저도 사촌언니처럼 “머리가 아파!”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칭얼거리는 것이 제게는 어울리지 않았는지, 머리가 아파서 운다는 것을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달래기는커녕 어른에게 하듯이 제게 말을 건넸습니다. 잔 언니는 제가 불안해하는 줄로 알고, 걱정 말고 외숙모를 믿으라고 나무랐습니다. 결국 저는 단단히 혼이 나서 다시는 남의 흉내를 내지 않기로 굳게 결심했고 «라 퐁텐의 우화집»에 있던 ‘당나귀와 강아지’ 우화寓話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강아지가 무척 귀여움을 받는 것을 보고, 자기도 귀여움을 받으려고 그 투박한 발을 식탁에 올려놓았던 ‘나귀’가 바로 저였습니다. 아! 그 불쌍한 나귀처럼 몽둥이로 매를 맞고 쫓겨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저는 대가를 톡톡히 치렀습니다. 이 일을 통해 다른 사람의 주의를 끌겠다는 생각은 영원히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남의 주의를 끌려던 단 한 번의 노력이 제게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마리 언니가 떠나고 그 이듬해 외숙모가 다시 저를 초청했는데, 이번에는 혼자 가게 되었습니다. 혼자인 것이 너무나 외로운 나머지 사나흘 만에 병이 나서 리지외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62

62. 1886년 7월이다.

모두가 저를 걱정했지만, 제 병은 중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뷔소네에 대한 향수병이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 나았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저에게서 살아가는 데 유일한 의지가 된 이를 빼앗아 가려고 하셨습니다. 마리 언니가 수도원에 들어가려 한 것입니다.